한가위 단상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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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는 밤이

해보다는 달이

송편이, 오곡이, 열매들이

모여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던 날

오늘은 한가위다


왁자한 웃음들이

낯선 얼굴들이

형제가 조카가 삼촌들이

모여 불빛 가득한 마을을 만들었던 날

오늘은 추석이다

예로부터 이날이 되면

일상이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고

거리는 설렘 가득한 마음들이 흐르고

구속과 자유가 묘하게 얽혀 분주하게 되는

세상이었다. 마음들이 풍선이 된 날이었다


오늘 이날이 와서

우리들은 일상의 연장선에 있게 된다

늘 먹는 음식을 먹고

늘 찾던 거리를 찾고

늘 만나는 세상을 만난다


한가위의 얼굴이 변모하는 것은 생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문

이제 자식들에게는 새롭게 음식을 만드는 일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 자녀들

조상들의 얼굴은 그렇게 그림책이 되고

많은 인간의 나무들이 뿌리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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