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리를 비우고 있다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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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해진 날씨만큼이나

나무들이 세상을 비워내고 있다

그렇게 무성하던 잎들이

낱낱이 길 떠날 준비를 하고

바람이 스쳐 지나간 거리에

마음까지 내어놓고 있다

무심이 노래가 되어버린 땅 위에

나목의 인고가 시작된다

이제 사람들은 길을 만들지 않을 게다

이제 사람들은 달리지 않을 게다

주어지는 것들에 감사하고

남겨지는 것들을 사랑하며

가까이 있는 이들을 보듬는

나목을 닮은 계절이 될 게다

싸늘해진 날씨가 거리에 서서

세상을 정화시키고 있다

눈이 내린 세상처럼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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