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서평을 쓴다고 책을 잡고 있으나, 쉽사리 책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에 들어와야 대화가 될 것이고 대화가 되어야 말해 주는 것을 기록할 것인데 말이다. 듣는 것이 없다. 책을 통해서도 바람을 통해서도 듣는 것이 없다. 이럴 때는 그냥 있어야 한다. 무엇을 억지로 하려고 하다 보면 피곤만 가중될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넋두리를 해본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좋은 글도 잘 읽히지 않는다. 내 마음도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이런 날은 하늘을 보는 것이 좋은데, 건물 안에 있는 입장에서 하늘을 온전히 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하늘은 정저지와의 형국이다. 부분만 인지하고 전체를 생각하는 것은 오류를 낳기가 쉽다. 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좋다. 옥상에 올라가는 수도 있으나, 그것은 사양하고 싶다. 밤 11시를 넘기고 있다.
아마 1일이라는 개념과 추석이라는 시간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그냥 흘러가도록 두면 될 것인데 구태여 잡으려고 안달이다. 스스로 그런 것을 강하게 느낀다. 어떤 일이 인위적이 되면 결과가 아름답기는 쉽지 않다. 곱게 화장한 여인들의 화장을 지운 얼굴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무엇이든 진실에 가까이 가는 것이 예쁘다. 우리는 그 예쁜 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하여 오늘 늦은 시간이라도 이렇게 언어를 마주하고 있다. 언어와 함께하는 것이 나에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