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밝아오는 아침
어둠이 가시면서 물상들이 드러난다
멀리 산들이 떠오르고
가까이 건물들이 찾아온다
그들 사이에 있는 나무들도, 돌들도, 거리도, 사람들도
가시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명료해지고
노래가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멀어져 가는 것도 있다
미세한 음률이 사라져 가고
내게 다가오던 사람들의 마음이 옅어져 간다
어둠 속에서 서로 끈으로 연결되어
가슴을 내어주던 인정이
서늘한 빛깔을 입는다
아침 어둠이 가시면서 더욱 분명해진
세상의 자태에 엄숙해져 있다가
멍한 상태에서 흐르는 시간을 견딘다
시간은 내가 어떠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밝음이 오게 하고, 어둠이 오게 한다
그 시간을 따라 내 머문 자리를 알고
그것을 깊이 새기면 되는데
세상이 나를 많이 흔든다
시간이 나를 찾고 견디게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