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좋은 날이다
뚜벅이가 생활화되어 있는 요즈음
꽃들이 피어나고
공기가 훈훈해진 시간들을 건너며
하늘에 닿은 마음을 본다
물과 나무와 흙과 돌들
그 사이에 초록초록한 새싹들이
엉겨, 봄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산길이
노래처럼 다가온다
그 노래를 들으려 나서고 있는 시간
마음은 솜처럼 가볍다
낯익은 길들이 나보다 먼저 나선다
시야가 환해지고
이제 수줍음을 감추지 않은 꽃들이
세상을 환하게 한다
내 걸음은 길들을 따라 걸으며
스스로 의지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길이 이끌어 나가고
마음이 따르게 한다
걷기가 정말 좋은 날이다
아른거리는 기운이 세상 속에서
나도 그림이 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