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고 예보되어 있는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제주의 하늘은 아침인데도 밝아오지 않는다
도로의 신호등 불빛만이
산속에서 만난 야수의 눈빛같이
경계를 품게 하면서 행동에 제제를 가한다
눈물을 쏟아버리고 나면 시원하듯
차라리 비가 쏟아지면 거리가 깨끗해지련만
어두운 거리를 달리는 차량들이
쫓기는 모양으로 거리에서 흔들린다
비는 많은 시간 내린다고 예보되었는데
그 시간들에 내리지 않았다
예보는 오늘도 중계로 전환하는 듯하다
아침 신호등 불빛과 눈싸움이라도 해야
하루가 시작되리라 여기고
거리로 나선다
나는 번번히 신호등과의 눈싸움에 진다
내가 가는 길은 그만큼 정체되고
예기치 않은 곳으로도 간다
시간과 바람은 사람들에게 운명이라는
기이한 용어를 일깨워 준다
비가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과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