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다가 오월을 만났다
따가운 햇볕이 살갗을 힘들게 했고
더욱 뜨거운 장미의 빛깔이
계절에 맞닿아 있었다
갑자기 시야에 다가온 백색의 향연,
온 산이 아카시아로 무리져 있었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담장마다 줄장미가 서로의 붉음을 경쟁이라도 하는 듯
사람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고 있었다
이제 봄은 차츰 희미한 자취로 스러져 가고
그늘이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모자를 쓰지 않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들고
가능하면 건물 안에 머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월이 장미와 아카시아 그 사이에서
우리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열정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