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비치다가, 구름이 가득하다가
비가 오다가
수시로 변해 가는 일기를 마음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가옥의 특징상 비가 오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런 가옥에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창문을 닫으면 바람을 만날 길이 적다
그러기에 창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자연적인 바람을 불렀다가 인공적인 바람을 찾다가
그것이 오늘의 사는 일이다
하루가 바쁘지 않은데
무척이나 바쁘게 흘러간다
낯선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 와서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숱한 사람들의 어깨를 보며
이들도 마음을 열 때
지인이 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가늠이 되지 않는 스스로의 마음도
오늘의 날씨 같다는 생각이 머문다
햇빛이 비치다가, 구름이 가득하다가
비가 오기도 한다
낯선 거리에 서서 지난한 사람의 길을 보며
그 하루들 중에 무심을 배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