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라는 이름으로 밤하늘을 기웃거리는 시간들이다
비도 내리고 구름이 많은 요즈음의 모습들이다
달은 차츰 둥글어져 가는데, 정작 보름달을 볼 수는 있을런지
하늘을 바라보는 내 눈엔 자신이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유년의 시절을 꺼내 보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달에게 소원을 빌었던 흔적이 보인다
그 소원이 무엇인지는 지금 뚜렷하지가 않다
하지만 둥근 그리고 큰 달이 가슴에 가득히 밀려왔던 기억은 있다
이제 그 기억들이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명료하게 우리의 삶에 붙어 있고
아련하고 아득하던 빛남은 사라지고 없다
낭만이랄까? 흐릿한 흔적들이 자꾸만 달아나고 있다
오늘 옛날의 흔적들을 찾아볼까 하고 하늘을 쳐다 보지만
과연 구름은 나의 서정을 이해할지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 또 한가위는 우리 곁에 찾아오고
난 아득한 시간들만 언어와 그림으로 만난다
현재를 자꾸 멋있게 만들어 보라고 시간은 닥달하지만
한가위라는 아득한 시간들이 또 한 해를 내 옆에서 밀어내고
오로지 심연의 달들만이 내 찬란한 빛이 된다
허나 바닷가에도 서고 산에도 오르는
내 오늘은 전도 먹고, 떡도 먹고, 과일도 먹고
밤하늘을 기웃거리며 보이지 않는 기대의 달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