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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진 Sep 17. 2024

추석 새벽에 능소화를 만났다

공항에 갈 일이 있었다


추석 새벽에 공항에 갈 일이 있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새벽 5시, 자차도 없는데


공항에 새벽에 갈 일이 있었다


이곳에서 카카오 택시 타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30분을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늦더위는 걸음을 쉽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야 하는 길이었고


공항길은 그리 낯설지 않아서 어둠살이 가시지 않은 길을


마음 넉넉하게 걸을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공간을 만난다


바로 공항을 둘러놓는 돌담길과 그것에 어울리게 심은


능소화 나무줄기들이다


그 농소화는 지금 한창 꽃이 피어 있다


그 꽃들이 내 가볍지 않은 걸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아련하기도 하고 화사하기도 하고


무엇을 하소연하는 듯, 무엇을 기억하게 하는 듯


지나는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었던가?


그리움이 스며 있었던가


능소화는 그리 마음에 많은 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추석날 새벽에 공항길을 걸으면서


능소화와 정담을 나누고


하루를 걸아갈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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