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 또 왔다
하루가 서늘한 바람과 함께 지니 간다
한 해가 끝이 보이는 듯하다
그리 그렇게 시간이라는 것이 흐르고
어릴 적에는 내 생에 올까 생각했던
꿈속의 세상이 꿈이 아니게 내 곁에 와있다
시월은 또 그것을 확신시켜 분다
바람은 서늘하게 분다
삶이라는 게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자꾸만 옆에서 쌓여 간다
하루하루를 기억에서 지우는 시간들이 많아져 간다
주어지는 대로 그냥 걸어가는 것이 좋다는
계산 아닌 계산이 내 삶에 스며든다
그리 똑똑하지 않은 시간들로
바람에 맡겨진 나를 보면서
시월을 또 만났다
구름 하나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 시월의 하루를 보내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어둠이 온통 세상을 덮고 있다
많은 지혜로운 생각들이 스며들어
가위눌린 듯 스스로를 놀라게 한다
시월이 또 오고 하루가 흘렀다
바람은 내 안에서 더욱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