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 있다
낮이 여러 일들로 골몰하게 하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도가 가중되고 그것은 하루를 일찍 끝내게 한 듯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의 일정한 자는 시간은 나를 일으키고
새벽 2시, 그 시간 깨어 있다
사위가 조용하다
제주의 가장 번화가의 한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 도로도 조용하고
가로등을 비롯한 여러 불빛만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이제 시나브로 햇빛이 다가들면
스러져갈 인공의 빛들이지만 그래도 밤을
지키기엔 충분한 듯하다
그 빛에 의지해 상념과 이미지를 쫓고 있는 새벽 시간
스스로의 노래에 화답하고 있다
언어가 생각을 다듬지 못해도
흐르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 족하다
숱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날아오르고, 희미해지고, 사라져 간다. 하지만 그들은
이 시간 내 의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도 난 이 시간이 좋다
새벽에 깨어 있다
의미를 담지 못하는 언어는
내 몸짓 앞에 놓여 새벽을 같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