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히 내리는 비
빗물은 내 뇌리에서 영롱한 빛을 띤다
내 가슴에서 청량한 향기가 된다
난 늘 그렇게 비와 친해 왔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
빗물은 나에게 자양분이 되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하게 했고
하늘에 날아오르는 열기구를 타는 기분이 되게 했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창밖에 스미는 소리가 나를 떨리게 한다
그 떨림은 기분 좋은 떨림이 된다
그렇게 빗물은 현실의 나를 놓게 하고
내일의 나를 삭제해 준다
무한의 공간에 머물게 하고
즐거운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다시없는 경음악을 듣게 한다
창가에 선 나는
어두워진 하늘에서 빗소리를 골라 들으며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다
오늘은 가득히 내리는 비가 그렇게
내 얼굴을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