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어디를 보아도 바다
섬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바다의 정착지
그곳의 삶이란 것은 낭만과 생존의 그 경계
그런 삶을 내 늦은 걸음 속에 만난다
지난 삶의 시간, 전신주가 높게만 올라가고
건물들이 키재기를 하는 곳에서
그 건물들 만큼이나 기재기를 하는 사람들 옆에서
끼어들지도 못하고 생존과 도전으로, 한 방향으로
걸음을 걸었던 기억이
파노라마가 되어 떠오른다
그것이 더러는 환희가 되기도 했다
그것이 더러는 바다를 잊게도 했다
그것이 더러는 아픔이 되기도 했다
그것이 더러는 바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 섬에서 늦은 삶을 이어간다
기억도, 내일도 필요가 없는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걸음을 걷는다
어느 오후, 윤슬이 가득한 바닷가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간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바다
조금 커, 늪지에서는 마음으로만 보이지만
어디에서나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제주라는 섬에서 내 늦은 걸음을 걷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시간은 기껍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