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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있는 때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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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떠나왔는데 마음엔 제주가 많다

사진들에 그 마음이 다시 새겨진다

비행기론 그리 멀지 않은 거리

하지만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멀다

그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바다가 의식되지 않는 그런 사진 때문이리라

뭍에 나오지 거닐었던 공간, 오름과 곶자왈, 바닷가

더욱 풍성하고 선명한 그림이 된다

떨어져 있어 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고

제주가 내게는 그리 다가온다

가까이 있을 때는 그 넉넉함이 멀리 있더니

이제 떠나오니 세밀한 생활들이

마음에 다가와 앉는다

제주를 떠나와 있는데, 제주가 내 마음의 멋진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은 더욱 화사하게 되고

그리운 얼굴들을 그린다

아름다운 풍광을 그린다

내 마음을 살찌게 하는 그림을 만든다

제주를 떠나와 더욱 제주가 가까워지는

이상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련하고 어눌해지는 시간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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