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생각이 많다. 그 생각들이 알맹이가 없이 강변의 자갈들처럼 단단하다. 매끈해 몸을 뒤집고 잘 빠져 달아나기도 한다. 세월이 그림자들만 가득 몰아오는 어둠 속에 서있게 한다. 밭고랑처럼 곱게 파인 얼굴들 위로 자꾸만 어둠이 찾아들고 그 모든 것들이 생각이 된다. 오래 머물고 있는 세상에 생각이 많다. 갑자기 아득한 공간이 다가와 거리에 서게도 한다. 늦은 밤 그래도 가로등이 위로가 되어,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거피를 더러 마신 모양이다. 눈이 초롱초롱하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게 한다. 머리는 비우는 것이 좋으나 이런 때는 또 영민한 사람의 행색을 본다. 어느 날 보았던 그들처럼 모두가 비워진 상태가 오히려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깊은 밤 정처를 알 길이 없는 마음이 생각을 자의로 억지로 지우게 한다. 생각을 다듬으면 스스로 슬퍼지는 자화상을 만날까 해서다. 늦음과 어둠은 통하고 그들은 밤을 공유한다. 그 밤이 세월 속에서는 심연의 거리를 거닐게도 한다. 늦은 밤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날개가 되어 어둠의 거리를 날고 있다. 그 생각의 한 부분에 생명의 자리가 있었으면 생각도 해본다. 다시 태어나는 길손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어둠의 유일한 출구가 되지 않으랴 마음에 온다. 늦은 밤 오늘은 그 출구 앞에 오래 서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