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와 성산
제주 살기에서 주로 두 공간에 머물면서 곳곳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 두 공간은 섬의 북서쪽에 있는 제주시와 남동쪽에 있는 성산이다. 두 공간이 모두 섬과 잘 연계되면서 생활하기가 좋다. 그러기에 이 두 공간을 주 무대로 제주도 삶을 누리는 게 무척 복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두 곳의 일기가 무척 다른 듯하다. 성산에는 운무의 날이 많다. 제주는 거기에 비해 좀 덜하다. 제주에서 맑은 가운데 번영로를 달려 성산으로 넘어오면 운무가 자욱한 날씨를 만나는 일이 잦다. 두 공간이 번영로를 사이에 두고 자로 한 시간의 거리도 되지 않은데 그렇게 다르다. 한라산이라는 커다란 높이가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듯하다. 남동쪽에서 구름이 몰려오는 일이 많고 그것이 한라산에 막혀 주저앉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섬의 특성상 그렇다고 보면 되겠다.
성산에서 자내는 시간들은 자아 속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가득한 물기가 다른 생각들을 하지 못하게 한다.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게 하고 바다를 응시하면서 내면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시간을 보내게 한다. 조용한 자신과 아득한 추억과의 만남을 즐기게 한다. 신비로운 세계에 머물게 만드는 운무의 시간, 지금도 성산에서 그 운무를 보고 있다.
제주에서는 섬에서 비교적 밝은 말이 많다. 그 또한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제주시에서는 산에 오르고 싶게 하는데 성산에서는 바닷가에 서도록 한다. 섬의 생활 속에 내 마음에 자라난 기묘한 공식을 스스로 인지한다. 그리고 두 공간을 왕래하면서 제주 살기의 넉넉함을 누린다. 어제도 해를 바라보며 제주시를 떠났다. 차가 번영로를 통해 거문 오름 근처에 오니 하늘의 색깔이 달라졌다. 그곳을 넘어 성읍 가까이 오니 온 하늘이 대낮인데도 어두워졌다. 정말 기이하게 서로 다른 섬의 공간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지금은 표선 가까이 있다. 성산과 표선 사이고 인터넷 공간에서는 모든 것들이 성산으로 표기되는 곳이다. 현지 날씨라고 제공되는 곳도 성산의 날씨다. 운무가 자욱하게 깔려 있다. 오늘은 그 안개를 건너 성산읍으로 나가볼까 생각한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고, 운무 중에 넉넉한 시간을 보낼까 생각한다. 옆에 더불어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가다가 통오름에 잠시 들리면 고사리가 우리들을 반겨 줄까? 제주 살기가 더욱 살가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