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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식점

성산으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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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초록의 나무들에 쌓여 여름의 기운을 한껏


조장하고 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낮은 싱그러움으로 무장하고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밤낮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에 내어놓은 눈에 감사의 빛이 흐른다


생명의 고운 빗줄기를 흠뻑 지닐 수 있게 하는


창밖의 세계, 오늘도


그 세계에 나를 두고 헤엄을 칠까 한다


차창으로 기어가는 빗물은 살가운 정서로


내 삶의 길을 안내할 것이리라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20분 정도 달려


성산의 어느 음식점에 가볼까 한다


세상의 일반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지니는 소확행을


성산의 음식점에서 맛깔스럽게 느끼고 싶다


아마 먹거리도 인심도 풍족하리라


오가는 길, 바다와 그 바다에 떨어지는 빗줄기는


흐릿한 눈을 마음까지 밝혀 청명하게 하리라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에


생각은 벌써 거리를 달리고 있고


바닷가에서 빗물을 바라보는 나를


놀랍게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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