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고사리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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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에서 비빔밥을 먹을 때


꼭 고사리가 재료로 들어갔다


난 그것이 먹기에 거슬렸다


내 비빔밥 그릇에는 밥이 비워지고도


고사리만 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맛도 촉감도 시원치 않았던 유년의 고사리


기억의 잔해는 오래 내 식생활에 존재했다


인생의 후반부에 제주에 살기를 한다


견문이 나와 함께 했다


봄철 한때 야생 고사리가 지천으로 산야에 머물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생존의 도구로


놀이의 기회로 삼고 있음을 알았다


나 또한 그런 기회를 만났다


산야를 돌아다니면서 고사리를 만나고


그들과 놀았다


고사리는 내 유년의 기억을 사라지게 할 만큼


맛과 촉감이 부드러웠다


그것이 무척 가깝게 느껴질 만큼


심신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봄이 되면 떠오른다


제주의 산야, 그 예쁘게 솟은 고사리들


그들 곁에 머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된다


제주의 고사리가 영육 간에 좋은 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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