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어눌함의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이런 때도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이러스로 무겁게 갈앉아 있어도
화사한 자태를 버리지 않으며
산야에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 꽃들이
웃음으로 살았던 이런 때도 있었다.
나리가 예쁘고 자리를 지키고 피었고
수국은 귀공자 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품위를 지키는 꽃들의 형상이
어수선한 시간들을 다듬고 있었다
오늘 그들을 다시 불러보는 것은
이 시간을 밝게 채색해 보기 위함이다
초롱꽃이 그리 맑게 다가왔다
장미의 현신은 열정의 나날을 보여줬다
이들을 만나는 건 영롱한 기억들을 일깨워
빛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고 싶어서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가 고운 얼굴과 채색으로
우리 모두에게 빛의 나라를 열어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