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새벽 거리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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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중 지우기 힘든 나날들이 남아 있다. 이들을 어떻게 지워가야 할 것인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면 될 듯한데, 그것이 쉽지 않다. 서로 어울려 살아야 삶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통해, 문자를 통해, 화상을 통해....... 쉽지 않다. 마음이 들어가지 않고 겉치레가 될 공산이 크다.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또 개인적인 축일, 망년회, 신년회 등 모여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모일 수가 없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다스려나가야 하는가? 지혜가 필요하다. 아니 지혜도 필요가 없다.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 명제가 앞에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야 한다.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 다른 연결 수단을 찾는 수밖에 없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이 신 새벽에 거리에 서서 다가올 날들을 생각해 본다. 그냥 지나쳐 가야 하는 시간들을 기억해 본다. 그래도 그래도 마음을 다해 다가가는 일은 필요할 듯하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진심으로 다가갈 때 힘든 날들이 슬기가 함께하는 날들이 될 수도 있을 게다. 그렇게 믿는다. 아침 차가운 거리에서 저물어 가는 2020년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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