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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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산 위는 좋았다. 시원함과 고양됨의 정서가 좋았다. 무슨 얘기가 없어도 되었다. 그냥 인간들이 사는 지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의 모습이 발아래 있고 차들은 손가락만 한 길을 잘도 달려간다. 하지만 내 눈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난 거대한 존재가 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신비로운 느낌을 지닌다.


어느 지인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무엇 때문에 산에 올라가느냐고. 그렇게 힘들면서 산에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올 것인데 무엇하러 올라가느냐고. 그리고 그 지인은 산까지는 늘 같이 가는데, 산 아래서 논다. 난 그에게 말한다. 느낌이라고. 그 느낌은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모른다고. 모든 것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 내가 거대한 존재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 순간일 지라도 빛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그 느낌이 좋다고.


오늘은 멀리서 온 식구들과 같이 산에 올랐다. 그 산은 구미에서 상당한 이름을 지닌 산이다. 들판 가운데 병풍처럼 솟아 있는 산, 대로를 달리다 보면 멀리서 이상하게 생긴 산이 보인다. 그 산이 바로 천생산이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쉽게 오르는 산이다. 예전에도 올랐고. 오늘도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산은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경건하게 대해야 함을 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몸이 제대로 풀렸다. 당시는 정상에 올라서도 경치를 구경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상태를 목격했다. 내려올 때는 너무나 넉넉했다. 그 산,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 세상을 만나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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