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by 이성진
IMG_20210608_163849.jpg



서서히 들판이 비어 간다

곳곳에 풀들이 스러져 간다

추위가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고

몸은 자꾸만 줄어드는 듯하다

어제가 한가위이고 어제 배추를 심은 듯한데

벌써 배추는 자라 알이 차기 시작한다

길가에 저절로 자란 많은 풀꽃들은 누가 봐주는 이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 간다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간다

하지만 역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채워져 가는 듯하다

그 채움이 욕심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 가짐이 과도하기 않기를 원한다

주어지는 것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불빛 하나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차갑다. 들판이 비워져 간다

내 마음도 비워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