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길과 정자

by 이성진
IMG_20220301_093204%5B1%5D.jpg
IMG_20220301_093944%5B1%5D.jpg



하루의 한 때를 보내는 공간이다. 뒷산을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계단을 디디고 올라가기가 여간 낯설지 않다. 그냥 흙길이면 좋을 것인데, 높이가 있다 보니 비가 오고 할 때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길의 구실을 온전히 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손길이 머물렀다. 나무로 거치대를 만들고 계단을 놓은 것이다. 나무를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이 놓이도록 해 유실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경우에는 그래도 낫다. 그냥 흙만 있으면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이런 길이 많으면 산길은 힘이 드는 구간이 된다. 그만큼 높이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척 힘이 드는 산길이다. 그런 길을 무릎을 당기면서 올라간다. 고개에 서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그래도 고개에 오르면 그 힘듦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 길을 올라 허덕이다가 내려오면 정자가 있다. 그 정자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런저런 생각에 몰두할 수 있고 계획과 정리를 할 수도 있다. 주로 휴식과 마감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자는 그렇게 나의 삶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늘 내 곁에 있으면서 나의 여유와 위로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이곳까지 오면 평안의 상태가 된다. 힘든 일도 사라지고 어려운 일도 없어진다.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진 상태, 삶의 풍요가 찾아오는 시간이다. 감사한 마음이 되는 공간이다. 여기쯤 도착하면 집에 거의 다온 것이다 진배없다. 산 오르기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위로와 평안을 만나는 일이다


세파가 거칠고 거세거나

세상이 곱고 아름답거나

산은 항상 곁에 살아 있다


때가 있든지 때가 아니라도

찾고 그리워하고 노래하고 걷는

나무와 풀과 꽃과 낙엽이 있는 곳

거기엔 내 영혼의 샘이 있다


산길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요 안식이요 삶의 나침판이다

어떻게 만나고 걸어야 할지

어디에 머물고 스스로를 다스려야 할지

일깨워주는 지혜다

-산길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