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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토 Sep 29. 2022

파리에서 쥐 잡은 이야기

집에 쥐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당연하지만 직접 목격하는 것이 있다. 쥐는 야행성 동물이므로 12시~5시에 활동이 활발하다. 주변이 어둡고 조용하다면 그 전후로도 잘 돌아다닌다. 하지만 잘 숨기도 하는 동물이므로 직접 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의 소리로 알 수도 있다. 한밤중에 삐걱삐걱 혹은 끼익 끼익 하는 벽을 긁는 소리가 들리면 쥐가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 쥐가 있다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윗집에서 야밤에 부스럭거린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다. 우연에 기대지 않고 실행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흔적을 관찰하는 것이다. 부엌 등에 가구로 가려진 어두운 곳에 쥐 똥이 있다면 부인할 수 없이 쥐가 거기서 무언가를 한 것이다. 참고로 쥐똥은 검은색 쌀처럼 생겼다. 자포니카 종보다는 인디카 종에 가깝다. 크기는 쌀알만 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쌀만 한 것들의 기준에서 보자면 제 나름대로 편차가 크다.


집에 쥐가 있다고 확인되면 일단 집주인에게 말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집에 쥐가 있다면 집주인의 책임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청에 신고할 수도 있다. 분업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집주인 대신 이런저런 일을 맡아보는 아파트 관리인(가디언) 있는데, 가디언에게 쥐가 있다고 말하면 가디언은 아파트 문제 중에서도 기술 관련 이런저런 일을 맡아보는 테크니션에게 연락을 하고  테크니션은 관련 이런저런 일을 하는 외부 업체에게 연락을 한다. 경험적으로, 이런 단계를 거치자면 그중  명은  휴가에  있게 마련이라  방역 날짜가 잡히려면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겨우 약속이 잡혀도 온다는 날짜에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이 쥐가 가족을 만들 수도 있으므로 집주인의 책임을 묻는 절차는 진행하되, 일단 쥐는 내가 잡겠다는 마음을 갖는  좋다.  

 

쥐잡이 용품은 쥐약과 쥐덫이 대표적이다. 쥐약은 쥐만 먹어야 하므로 쥐 나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린 검은색 상자도 같 파는데, 그 안에 쥐약을 넣고 잠가 두어야 한다. 상자는 벽에 붙여서 놓아야 한다. 쥐는 벽을 따라 돌아다니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쥐약이 얼마나 줄었나 확인하면서 쥐가 여전히 생존해 있나 추정할 수 있다. 쥐가 쥐약을 잘 먹는다고 해서 즉사하지는 않는다. 쥐약 업체에서는 48시간에서 72시간 걸린다고 하니 설치 후 스스로 찾아서 먹고 하는 기간을 고려하자면 대략 3일에서 10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쥐약의 장점은 영원히 쥐를 만나지 않고 없앨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곳에 사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큰 단점이기도 하다.


쥐덫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끈끈이에 붙게 해서 잡는 방법도 있고 유인해서 박스에 갇히게 해서 잡는 것도 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모양인, 사람이 만지면 딸깍하고 손가락이 껴버리고 마는 그 덫이 널리 쓰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효과가 가시적이기도 하다. 물론 포획물이 즉사하는 이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생포하는 형태의 쥐덫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쥐덫은 쥐의 행동적 습성과, 쥐똥의 흔적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그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야 한다. 설치는 매우 간단하다. 땅콩버터나 누텔라를 표기된 곳에 바르고 클립을 다른 방향으로 뒤집에 고정시켜 놓으면 된다. 쥐가 버터를 맛보기 위해 나무 조각을 밟으면 클립이 딱 소리를 내며 쥐의 목을 꾄다. 혹자는 쥐를 유인하기 위해 캐러멜 냄새를 뿌리기도 하는데, 또 다른 사람은 먹이를 넣으면 쥐가 오히려 더 몰려들 수 있으니 그냥 덫만 설치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어떤 동기로 쥐에게 그 작은 나무 조각을 밟아보라 해야 할지는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내가 우리 집 부엌에서 쥐를 목격한 후 구글 프랑스와 유튜브에  Souris(쥐) masion(집) 단어를 넣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알아낸 사실에 내 경험을 더해 기술한 것이다. 나는 파리에 살게 된다면 루브르나 정기적으로 구경 다니면서 역사와 예술에 조예가 깊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다. 매일같이 밥만 하다가 한국 음식 냄새에 홀려 집에 들어온 쥐나 잡고 있는 것이다. 처음 쥐를 목격한 지 보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쥐약만 야금야금 사라지다가 어제 내 전략 포인트에 설치한 쥐덫에 드디어 한 마리가 걸려 죽었다. 아이들은 쥐가 잡히면 즉시 자신들에게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가급적 아름다운 것만 보고 자랐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에 혼자 조용히 갖다 버렸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걸 마주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 후로 입맛이 떨어져서 뭘 먹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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