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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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나자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누군가 나를 이유없이 미워한다는 생각은 오해다.
나는 모르지만 상대는 알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해의 포용과 열림, 가능성에대해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 이해라면,
세상은 사견으로 오해되지 않고.
분별로 해석되지 않으며.
납득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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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방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단조로운 옷과 음식을 가진다. 짜릿하게 터지는 감각이 아니라 고요하고 은은하게 행복을 배운다.
습득된 행복이란 자신 내면의 것이기 때문에 다툴 필요는 없지만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방에서 마음을 들여다 본다.
웅크린 채 화를 내고, 욕심을 부리는 아이는 낯설지가 않다. 밝혀진 집착은 스스로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침묵을 가장한 어눌한 말과 서투른 행동의 후회스러움을 부족한 글로 옮긴다. 그리고 상처가 났던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는 시간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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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기보다 혼자가 되었을 때의 찾아오는 느낌이란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많은 것이 있는데 혼자가 되어서 해야 하는 것은 마음 한켠을 조금 쓰라리게 한다. 나는 홀로 서는 법을 연습하지만 홀로서기 위한 것은 아니다.
적막한 자연의 웅장함 앞에 마음이 풀려 흐르는 눈물은 뜨겁지만 산속의 폭포수가 메마른 자리에 음산함은 나를 그곳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게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주의 깊고 사려 깊게 듣기 위해 눈을 마주쳐주고,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열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때문에 작은 오해가 생기고 그날의 계획이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나는 그만큼 외로움이란 것을 이해해가고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나를 가엾게 여기는 날은 바람을 쐬어도 좋고,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에게 대접해도 좋고, 글로 마음을 털어놓아도 좋다. 무엇보다 현재에 머무르려고 노력할 때, 나를 후회하고 들뜨게 하는 생각들을 내려놓고 지금의 순간을 알아차릴 때 가장 큰 보살핌을 받는다. 그럼 멀리 가거나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고, 앞과 뒤를 맞추어 보려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홀로서기 때문에 가만히 그 자리가 괜찮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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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청명하다. 지난 며칠 내린 비로 자연이 생기롭게 피어나고 있다. 햇빛이 구석구석에 닿는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지난 밤 좋지 않은 꿈을 여러 개 꾸었던 것 같다.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앉아서 숨을 보는 일이 잘 안되자 자신에게 화가 났다. 울컥 가슴에 치미는 무엇을 느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은 좀 더 걷는다.
장마철에 잡초들이 무성히 돋아났다. 보도블록 사이로 납작하게 자란 민들레는 운명 속에서 겸손 하는 법을 배운 거 같다. 꽃을 피우지 않아도 나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내가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해 모두 말할 수는 없다. 날이 갈수록 나의 침묵은 더욱더 깊어진다. 나의 선택이지만 어느 날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자신을 가엽게 여긴다. 그런 기분을 긍정적으로 사용해 본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다. 시를 쓴다.
나는 내 안의 기대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안의 어린아이가 무르고 약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외로우면 외로워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실은 그 누구도 나를 외롭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들도 나처럼 서툴고 이기적인 것 뿐이다. 내가 아버지를 잊고 지내다 문득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슬픔을 느끼듯, 우리는 아직 자신을 가엾게 여기느라 바쁘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으면서 나는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조금씩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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