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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Nov 09. 2020

도서관에서 도시락

구산동 도서관 마을



잠시 동안이라도 소비로부터, 유흥과 천박한 세상에서 벗어나 유희에 빠지고 싶나요?


혼자이고 싶지만 실은 혼자인 시간을 견디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지 않나요?









도시락을 챙겨 도서관에 간다. 먼 거리를 일부러 찾아갔다. 서울의 서북쪽 끝 거북산 자락 구산동에 숨어있는 작고 한가한 곳이지만 그래서 더 없이 좋은 휴식처. 세상에 간접적으로 머물며 오밀조밀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싶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세대 주택과 빌라가 밀집된 골목을 따라 걸었다. 지나가는 자전거가 일으키는 회오리에 가을 낙엽이 환영 인사를 한다.


도서관은 기존 마을 조직(주택과 골목)을 그대로 활용하여 지었고 이름 또한 그에 걸맞게 <구산동 도서관 마을>이라고 한다. 주변과 이질감 없이 친근하면서도 새로 더해진 디자인 덕분에 최근에 지어진 공공 공간이라는 걸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땅에 차지하는 면적이 크지 않은 5층 벽돌 건물인데, 기존의 건물 마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층이 미로처럼 서가형 / 열람형 복도로 얽혀서 실내는 언뜻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만 같았다. 물론 주변은 다행히 탈을 쓰고 연기를 하는 알바생이 아니라 각자의 진심을 모아둔 글로 채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에는 만화책과 독립출판물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한 번쯤 들러 시간을 보내 볼 만하다. 색이 곱게 물든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큰 창을 마주하고 있는 책상과 자기만의 방처럼 코너에 놓인 벤치가 머무는 시간을 안락하게 한다. 토론방 또한 예약하고 이용 할 수 있다고 한다.   


자판기와 야외테라스가 있는 4층에서 싸가지고간 주먹밥을 먹었다. 그리고 고요히 햇볕을 쬐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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