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벌써 38년 전,
대학교 경영학과 신입생이던 시절이었다.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여러 교수님들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직장 생활 32년 차에 접어든 지금에 와서야
그 말들이 얼마나 깊은 뜻을 담고 있었는지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한 문장이 있다.
계량경영학·경영과학의 권위자
윤석철 교수님의 짧은 말씀이었다.
“경영의 요체는 일관성이다.”
당시에는 너무 단순하게 들렸던 말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이 문장은
경영을 넘어 인생 전반에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였다.
조직에서 배운 ‘일관성’의 힘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전략이 자주 바뀌는 조직을 종종 보게 된다.
어느 날은
“고급 브랜드로 가자”라고 하다가,
시장 반응이 조금만 흔들리면
곧바로
“가성비로 승부하자”라고 방향을 튼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핵심 가치를 지켜온 조직은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스마트 전환’과 ‘중장기 투자’라는 방향을
수십 년간 크게 흔들지 않았다.
그 결과
어느 순간부터 시장은
이 회사를
“방향성이 명확한 조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관성은
브랜드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결국 성과로 이어진다.
인재 선발과 보상도 마찬가지다
어느 해는 실적이 가장 중요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조직 적합성이 더 중요해지고,
평가 기준이 매번 달라진다면
조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과가 좋아도
상사 마음에 안 들면 소용없다”는 말이
돌기 시작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이상 진심으로 몰입하지 않는다.
반대로,
성과를 내면 반드시 인정받는다는
일관된 기준이 있는 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와 충성도를 얻는다.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관성
이 원칙은
조직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10년 넘게 아침 명상을 이어오고 있다.
바쁘고 피곤해서
그만두고 싶었던 날도 많았지만,
“내 마음은 내가 지킨다”는
원칙 하나를 붙잡고
하루하루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명상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정신적 안정이라는
분명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그 에너지는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독서와 공부도 다르지 않다.
하루 10분이라도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
몇 년 뒤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순간적으로 몰아붙이는 열정보다,
작은 노력을 오래 이어가는 힘이
결국 더 멀리 데려다준다.
가치관의 일관성이 신뢰를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일관성이다.
평소에는 원칙을 말하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면,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
반면,
같은 원칙을
같은 태도로 지켜가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와 존경을 얻게 된다.
변화와 일관성 사이의 균형
물론
일관성이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은 아니다.
세상은 늘 변하고,
시장도 끊임없이 요동친다.
중요한 것은
본질과 원칙은 지키되,
방법은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다.
조직 경영에서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항상 같은 답을 유지하되,
실행 방식은
시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건강해야 오래간다”는 원칙은 그대로 두고,
운동 방식은 나이에 맞게 바꾸고,
공부 방식은 시대와 도구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돌아보니
윤석철 교수님의 한마디는
단순한 경영 조언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 조직에서는
전략·인재·보상의 일관성이 신뢰를 만들고,
• 개인에게는
습관·가치관·자기 관리의 일관성이 성취를 만든다.
그래서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나는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이 선택은,
내가 지켜온 원칙과 일관되는가?”
결국
경영의 요체도,
인생의 요체도
‘일관성’이다.
흔들림 없는 원칙 위에
유연한 변화를 얹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30년 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