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101)

— 열심히 일하는 조직이 자주 놓치는 한 가지 질문

by Jace
“그 부분은 다시 검토해 보죠.”
“리스크를 더 정교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수치 근거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회의는 1시간을 넘겼고,

모두가 진지했다.

아무도 대충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자료는 정교해지고,

논리는 촘촘해지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뭣이 중헌디?”





우리는 같은 안건을 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각자의 초점은 미묘하게 다르다.


누군가는 비용을,

누군가는 리스크를,

누군가는 프로세스를,

누군가는 디테일을 말한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뭔가 자꾸 비껴간다.


그 순간 깨닫는다.



우리가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조직은 늘 바쁘다.


이슈는 끊임없이 생기고,
보고는 밀려 있고,
결정은 늦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중요해 보이는 것’에 반응한다.


급한 것, 눈에 띄는 것,

설명하기 쉬운 것.


하지만 전략은

많이 말하는 것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전략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용기에서 나온다.




나는 요즘 이 생각을 자주 한다.


혹시 우리는
‘Accurately Right’를 추구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Precisely Wrong’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아주 정밀하다.

아주 논리적이다.

아주 디테일하다.


그런데

출발점이 조금 어긋나 있다면?


조금 틀려도 방향이 맞는 선택보다

완벽하지만 초점이 흐린 선택을 반복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건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해당되는 질문이다.


임원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큰 질문 대신

안전한 디테일 뒤로 숨은 적은 없었는지.


‘정확함’에 기대어

‘방향’을 묻는 일을 미룬 적은 없었는지.




큰 방향이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디테일은
지도 없이 나침반 감도만 조정하는 것과 닮았다.



회의는 길어진다.

토론은 깊어진다.

피로도는 쌓인다.


하지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속도는 있는데 진전은 없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흩어지는 대화를 붙잡아

다시 질문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불편하다.

왜냐하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순간

무언가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하지만 이 질문을 피해 가는 조직은

결국 바빠질 뿐, 멀리 가지는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중요한 일’을 고르는 데는 서툰 건 아닐까.


바쁨은 성실함의 증거지만,

우선순위는 용기의 증거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회의가 길어질 때면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뭣이 중헌디?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사람,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조직.


결국 차이는

거기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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