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도 방향이 바뀌면 내리막이 된다” (103)

— 잠수교를 걷다 깨달은 인생의 법칙

by Jace
오르막도 방향이 바뀌면 내리막이 된다.


어제 잠수교를 걸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그 순간

이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연휴가 끝난 직후였다.


3월 3일과 3월 4일.

이틀 연속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통제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동시에 터졌다.


전화는 계속 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은 쌓여갔다.


정신없이 하루를 버티다 보니

밤이 되어 있었다.


3월 4일도 결국

야근으로 마무리됐다.


퇴근할 때쯤 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면

이 생각들이 그대로 따라올 것 같았다.


그래서

한강으로 향했다.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나는 걷는다.


가능하면

빠르게 걷는다.


요즘은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잠수교를 왕복한다.

잠수교는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천천히 길이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면

방금 올라왔던 길이

다시 내려가는 길이 된다.




걷다 보니

당연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그런데 어제는

거기서 한 가지가 더 보였다.


오르막도 방향이 바뀌면

내리막이 된다.

같은 길인데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길이 된다.




생각해 보면

세상 일도 그렇다.


역사를 보면

문명과 국가도

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흥했던 나라가 쇠퇴하고

쇠퇴했던 나라가 다시 일어선다.


회사도 그렇다.


잘 나가는 시기가 있고

버티는 시기가 있다.


개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시기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고


어떤 시기에는

왜 이렇게 일이 꼬이나 싶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들은

단지 오르막과 내리막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르막을 싫어한다.


힘들고

버겁고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수교를 걷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이 보였다.


오르막은 결국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


내리막도

언젠가는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르막을 걸을 때는

너무 낙담할 필요가 없다.

이 길 끝에는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리막을 걷고 있을 때는

방심하면 안 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될 테니까.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지난 이틀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지독하게 힘든 날들이 아니라


단지

오르막을 걷는 시간이었다고.


그래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보았다.


괜찮다.


내리막이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내리막도

언젠가는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겠지만.




잠수교 위를 걷는 동안

머릿속이 조금씩 비워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방향이 바뀌면

또 다른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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