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 그저 반가운 동기들과 함께 (34)

by Jace

어제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대학 동기 여섯 명이 모였다.

삼겹살에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함께했다.


나는 7년 전쯤 갑자기 알코올 알레르기가 생겨

그때부터 술을 마시지 못한다.

그래도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여섯 명 중에는 졸업 이후 처음 다시 만난 얼굴도 있었다.


그중 서울의 한 대학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는

입학 25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학생수첩과 DBR 잡지를

선물로 건네주었다.


그 학생수첩에는 우리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의 사진과

제작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정리된 동기들의 연락처가

담겨 있었다.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참 고마운 선물이었다.


글로벌 컨설팅펌과 대기업 CEO를 거쳐

현재는 외국계 회사가 대주주인

중견기업 상장사의 CEO로 일하고 있는 친구는

자신의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고급 각티슈를 나눠주었다.


선물은 결국 금전적 가치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는 두서없이 흘렀다.

학창 시절 이야기부터 서로의 근황,

각자의 일과 가족 이야기까지.


중견기업 CEO 친구와 나,

그리고 또 다른 중견기업 임원 친구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인적 역량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실무 디테일은 아래로 위임하고,

큰 그림과 미래 방향을 그리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십이

더 어울릴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인력도, 맨파워도 제한적이어서

리더가 상당 부분의 실무를

직접 챙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똑·부(똑똑하면서도 부지런한)’ 리더십이

더 요구된다는 점에도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현재는 제약 관련 자영업을 하고 있는 친구는

규모를 떠나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

자기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교 동기이자 대학 동기인 한 친구는

스타트업 CFO를 하다가

자녀 교육 문제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지금은 새로운 사업 구상과 셋팅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다.


한국의 입시 경쟁에서 벗어난 딸들이

캐나다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에는 만족하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고민도

엿보였다.

다행히 미국 주식 투자에서는

꽤 성과를 낸 것 같았다.


알고 보니 교수 친구는

한국 주식 투자 고수였다.

강의와 연구를 위해

각종 경영·경제 논문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통계 자료를 보다 보니

유망 산업과 기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투자한 종목 중에는

수익률이 10,000%를 넘는 것도 있다고 했다.


그 비결을

나중에 꼭 따로 전수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미국 주식 투자에 성공한 친구와

한국 주식 투자에 성공한 교수 친구의 공통점이 있었다.

종목 선정을 위해 자신만의 자료 수집과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였고,

일단 매수하면 거의 10년에 가까운

장기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자녀들이 비교적 빠른 편은 아닌데,

나보다 결혼이 더 늦었던 친구들은

아직도 대학까지의 자녀 교육과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에 마음을 쓰는 건

한국 부모들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가운 얼굴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변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친구들, 정말 반가웠다.

다들 건강하고,

다음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