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둘러싼 경쟁
퀴즈 하나로 시작해 보자.
다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담배 1개비
• 콜라 1캔
• 신문 1장
• 잡지 1권
• TV
• 라디오
• CD플레이어
• 스마트폰
전부 서로 다른 산업,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이들을 전혀 다른 시장의 산물로
인식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Marketing Myopia(마케팅 근시안)의 출발점이다.
이 개념을 처음 명확하게 지적한 사람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교수였던
Theodore Levitt이다.
그는 1960년,
Harvard Business Review(HBR)에
〈Marketing Myopia〉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글 하나로
기업과 마케팅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문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은 산업이 쇠퇴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못 정의해서 망한다.”
Levitt 교수의 관점으로 다시 보면
앞서 나열한 것들은 더 이상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사람의 시간·주의(attention)·감정 상태를
소비시키는 단위다.
• 담배 1개비는 5분짜리 휴식과 리추얼이고
• 콜라 1캔은 즉각적인 각성과 기분 전환이며
• 신문 1장은 짧은 정보 섭취의 단위다.
• 잡지 1권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 TV는 저녁 시간을 점유하는 장치이고
• 라디오는 이동 중의 동반자다.
• CD플레이어는 감정을 선택적으로 몰입시키는 개인적인
시간이다.
• 스마트폰은 이 모든 시간을 하나로 흡수하는 플랫폼이다.
이렇게 보면
이들은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 않다.
산업은 달라도 경쟁자는 같다.
누가 더 사람의 시간을 차지하느냐의 경쟁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신문을, 잡지를, TV를, 라디오를, CD플레이어를
심지어 담배와 콜라가 차지하던 시간까지
조용히 가져갔다.
기기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의 시간을 가장 잘 정의했기 때문이다.
Levitt 교수가 60여 년 전에 던진 질문은
지금 오히려 더 날카롭다.
‘우리는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에서
‘우리는 고객의 어떤 시간과 순간을 차지하는가?’로
관점을 바꾸지 못한 기업은 시장을 잃는다.
제품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경쟁자를 늦게 발견한다.
시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질문은 이거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의 어떤 시간을,
그리고 얼마나 가져가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그저 제품만 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생각보다 이 질문은 꽤 아프다.
하지만 이 질문을 먼저 정의한 회사가
결국 시장을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