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단 하루만이라도
할머니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나는 할머니를 무척 졸라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할 거다.
내가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을 내지 못한
할머니만 만들 수 있는 그 요상한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졸라볼거다.
할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여준다면
식탁에 앉아
할머니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밥을 먹을 거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어보고
나는 결혼을 했는데
집안일이 쉽지 않다고,
요리하는 게 어쩔 때는 참 번거롭다고
하소연해 볼 거다.
밥을 다 먹고
그냥 이야기하면 허전하니
나는 믹스커피를 맛있게 두잔타서
한잔은 할머니를 드리고
한잔은 내가 마실 거다.
커피를 홀짝대며
남편 이야기를 더 해봐야지.
그러고나서 좀 심심해질라하면
시장 구경을 한 바퀴 시켜드리는 거다.
요새 어떤 생선이 싼 지
어떤 채소가 나왔는지
또 할머니를 알아보는 단골가게를 지나며
오랜만에 인사를 시켜드릴 거다.
그러고 나서 배가 고파지면
할머니를 데리고
우리 동네에서 맛있는 순두부집으로 갈 거다.
고기를 안 드시는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순두부찌개를
두 그릇 시켜서
할머니 한 그릇
나 한 그릇
뜨끈하게 먹을 거다.
먹고 나서
이제 할머니가 갈 시간이라고 말하면
나는 저번에 드리지 못한 내복을 꺼내어서
할머니께 드릴 것이다.
드리면 분명히 아끼다가 안 입으실걸 알기에
직접 입혀드릴 것이다.
색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이제 할머니 안 추우시겠다며
한껏 칭찬해드릴 거다.
할머니가 돌아서 가시면
나는 할머니가 뒤돌아보시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끝까지 끝까지 손을 흔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