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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주 Jul 18. 2021

만약 단 하루라도 할머니가 살아 돌아온다면..

만약 단 하루만이라도

할머니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나는 할머니를 무척 졸라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할 거다.

내가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을 내지 못한

할머니만 만들 수 있는 그 요상한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졸라볼거다.


할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여준다면

식탁에 앉아

할머니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밥을 먹을 거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어보고

나는 결혼을 했는데

집안일이 쉽지 않다고,

요리하는 게 어쩔 때는 참 번거롭다고

하소연해 볼 거다.


밥을 다 먹고

그냥 이야기하면 허전하니

나는 믹스커피를 맛있게 두잔타서

한잔은 할머니를 드리고

한잔은 내가 마실 거다.

커피를 홀짝대며

남편 이야기를 더 해봐야지.


그러고나서 좀 심심해질라하면

시장 구경을 한 바퀴 시켜드리는 거다.

요새 어떤 생선이 싼 지

어떤 채소가 나왔는지

또 할머니를 알아보는 단골가게를 지나며

오랜만에 인사를 시켜드릴 거다.


그러고 나서 배가 고파지면

할머니를 데리고

우리 동네에서 맛있는 순두부집으로 갈 거다.

고기를 안 드시는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순두부찌개를

두 그릇 시켜서

할머니 한 그릇

나 한 그릇

뜨끈하게 먹을 거다.


먹고 나서

이제 할머니가 갈 시간이라고 말하면

나는 저번에 드리지 못한 내복을 꺼내어서

할머니께 드릴 것이다.

드리면 분명히 아끼다가 안 입으실걸 알기에

직접 입혀드릴 것이다.

색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이제 할머니 안 추우시겠다며

한껏 칭찬해드릴 거다.


할머니가 돌아서 가시면

나는 할머니가 뒤돌아보시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끝까지 끝까지 손을  흔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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