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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주 Mar 08. 2019

결혼한다는건

엄마와의 여행 출발지와 끝이 다를수도 있다는 것


어제, 엄마와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정신없는 의 연속으로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결혼 후 텅빈 집안에 혼자 계시는 엄마를 위해

결단했다.


인터넷에서 급하게 여행 상품을 알아보고

괜찮은 여행사를 하나 골라

동해쪽에 다녀오기로 했다.

별로 비싸지도 않고,

식사도 제공된다기에 얼른 예약해버렸다.


출발하는 버스 탑승지는 세군데였다. 영등포,서울역,잠실


엄마는 가까운 영등포구청역에서 새벽 6:30 출발.

나는 신혼집에서 가까운 서울역에서 새벽 7시출발.


부지런한 엄마는

새벽기도 끝나고 영등포로가는 버스를 바로 타셨다고 한다.

버스탑승지에 30분 미리 도착하셨다는 엄마.


지각을 잘하는 나는

전날 근무의 여파로 피곤한 몸을 일으켜

급하게 씻고, 간식으로 먹을 포도를 챙겨 통에 담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늦진않았다.


여행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여행사의 지나친 홍보? 식당이나 여행 프로그램들을 계속 광고해서)

오랜만에 엄마와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동해 바다의 풍경을 즐기기에는 괜찮았다.

푸른색이 참 예뻤던 동해바다


엄마는

걷기엔 아직 다리가 괜찮다고 했다.

물론 먹고 있는 약이 점점 늘어나긴 했지만..


버스에서 우리 옆자리에 앉았던 모녀는

40대의 딸이 엄마를 모시고온듯했다.

잘 걷지 못하셨던 조금 늙으신 어머니.

딸은 천천히 엄마를 모시고 다녔다.


아직은 잘 걸으시는 우리엄마.

엄마는 나에게 장난식으로

엄마 건강할 때 많이 데리고 다니라고 하셨다.


문득

우리 엄마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엄마를 모시고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걸까?

엄마 나이를 세보기가 겁나서

이 질문에 대한 답 찾기는 그만두었다.

엄마와 나는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렇게 둘이서 여행다녀오는게 처음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서울역에서 먼저 내리고,

엄마는 조금 더 가서 영등포에서 내리셨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따로 출발하고, 따로 버스에서 내렸던 때가 언제였던가?

한번도 없었다.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움직였는데.

결혼을 한다는 건

엄마와 다른 장소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마칠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이상한 생각을 잠깐 했다.


집에 잘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내고,

걸을 수 있는 우리 엄마와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하나 생각해보았다.


결혼을 한다는 건,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어쩌면 길지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기도 한가보다.


내가 어른이 되는 건지,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요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세월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몸부림치며

의미있는 시간들을 만들려고

애쓰는 요즘

쉽지가 않다.


(201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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