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Turning point.

by 오 마이 캡틴

터닝포인트는 전환점이다. 생존을 향한 경로에 의존되어 있던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어 삶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언제 터닝 포인트가 찾아올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터닝 포인트라고 해서 한 번만에 삶의 방식이 극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한 경험들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터닝 포인트가 일어나게 된다. 즉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과정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삶에 대해 강의를 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소위 공부 잘하고 반에서 인정받는 학생은 듣지 않고, 정말 멍하게 있는 학생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듣지 않는데, 소수의 학생들은 꼭 듣는다. 떠들고 장난치던 분위기에서 완전히 반전되어 학생들 전체가 집중하여 듣기도 한다. “조용히 해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장난을 할 수 없는 진지한 분위기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거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다.


한 중학교의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8주간의 교육을 진행할 때이다. 강의를 할 때마다 치열한 생명전쟁이 벌어졌다. 25명의 학생 중에서 잘 듣는 학생은 3명 정도 있었다. 그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최대한 차분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3명의 학생조차도 듣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모드가 전환되어 다시 불을 뿜어내듯 강의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3명의 학생들은 깨어나서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3명 중에 한 명의 남학생이 눈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다른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업이 절정을 지나 다시 잠잠해질 때, 그 학생에게 물었다. “용훈아, 너 선생님 말 들었지?”

그리고 눈물이 맺힌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어땠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그 학생의 내면 속에 잠자고 있던 위대함이 깨어난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터닝 포인트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이제 매 순간 깨어 있기 위해 몸부림을 치라고 했다. 다음 주가 되어서 한 주간 자신이 성장한 것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3명 중에 다른 한 명의 학생이 발표를 했다. 국어시간에 윤동주의 서시에 대해서 처음 배웠는데, 그게 자신의 가슴에 와 닿았다며, 서시를 낭송하는 동영상을 발표하였다.


서시가 낭송될 때, 그 교실의 분위기는 엄청난 양의 경이로움이 발생하였다. 모두가 멍하게 있는 국어시간, 중학교 1학년인 한 남학생의 가슴에 서시의 스피릿이 꽂힌 것이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이렇게 한 주에 한 번이라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살아있는 교육적 경험을 한다면, 그 사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위대한 리더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십대들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몇 명만 더 소개하고자 한다.



제2의 정주영을 꿈꾸는 동현이

마이스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할 때였다. 마이스터고등학교는 취업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특성화고등학교나 인문계 고등학생들에 비해서 자기만의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주관이라고 하는 것이 오로지 ‘취업’만을 향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학생들에게도 ‘삶’은 그리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그래서 취업과 관련한 정보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만, 나머지 주제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닫아 버린다. 그럼에도 소수의 학생들은 생존이 아닌 ‘삶’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서 유난히 집중하고 예의 바른 학생이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니, 찾아와서 허깅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후에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서 개인사에 대해 듣게 되었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거의 혼자서 자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고, 소위 ‘문제아’가 되었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이대로 살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터닝포인트가 일어나는 시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하위 90%이던 성적을 상위 9%까지 올렸다. 공부 체질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진학 후에도 곧바로 취업반에 들어가서 현대자동차를 목표로 1년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한 동현이의 스토리는 다른 위대한 십대들의 모임에 참석한 다른 학생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었다.



제2의 슈바이처를 꿈꾸는 승민이

중학교 3학년인 승민이는 부모님이 건물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건물주의 아들이었다. 자수성가로 많은 부를 이루고 가족들을 잘 돌아본 부모님을 존경하였다. 부족함 없이 자란 금수저였다.


그런 승민이에게는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 집을 그냥 오고 가는 좀비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승민이는 그런 자신의 삶을 ‘텅 비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중1 때 세뱃돈을 많이 받고 외출을 했는데, 시작장애인이 돈을 구걸하는 장면을 보았다.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집으로 왔는데 그 장면이 3일 동안 계속 떠오르면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사건이 승민이에게 터닝 포인트의 시작이 되었다. 그때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의사가 되면 제3세계 국가에 가서 무료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제2의 아인슈타인을 꿈꾸는 승규

지방에 있는 한 과학고등학교 신입생 워크숍에서 만났던 승규는 게임에 빠져 별생각 없이 지내던 중학생이었다. 하루에 평균 4~5시간의 게임을 했을 정도로 게임마니아였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 우연히 서점에 들러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 책을 사서 집에 와 단숨에 읽으면서 승규에게는 과학자에 대한 꿈이 생겼다. 그날부로 모든 게임을 끊고 공부에 매진하여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듣고 있던 학생들은 모두 우~하는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기소개 시간에 스타가 된 것이다.


나의 터닝포인트

나의 터닝포인트는 대학교를 입학한 후에 일어났다. 10대의 10년을 다 보내버리고서 말이다. 터닝 포인트를 경험하고 대학 2년간 새로운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살았다. 군대에 입대하여 한가로운 휴일 처음으로 생애 곡선을 그려보았다. 그렇게 그리면서 나는 새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렸던 표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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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전의 삶을 전부 빗금으로 처리해버린 것이다.


나는 “공납금이 아깝다”,“구제불능이다”,“너무 산만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전형적인 좀비였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미래에 대해서 한 생각이라곤, 나쁜 짓을 해서라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동네 슈퍼에서 도둑질하다가 친구가 잡혀서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학교 마치고 축구만 하던 나는 정말 턱걸이로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그때부터 술도 마시고, 노래방과 당구장을 다니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장기자랑을 하면 1번으로 나가 분위기를 잡았다. 수업시간에 몰래 도시락도 까먹었다.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소화기를 분사해버리고 도망 나오기도 했다.


꿈, 미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가 어느 날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같이 노는 친구들은 그나마 집안 형편이 되었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작심삼일을 이기기 위해 3일마다 포장마차를 가거나 높은 곳으로 가서 맥주를 마셨다. 학교 운동장을 담 넘어 들어가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공부가 힘들기도 했지만, 우울한 가정 분위기와 조울증 같은 성향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며 모의고사를 쳤는데, 400점 만점에 나는 134점, 시험도 제대로 안 치고 엎어 자던 놀던 친구들은 139점을 맞았다. 돌머리라고 놀렸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했는데 드디어 309점을 맞았다. 버스 안에서 시험지를 붙들고 울먹거렸다. 그리고 나는 희망하던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다. 삶의 경이를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무언가 새로운 삶을 기대했는데, 고등학교 때 이미 끝냈던 유흥을 다시 하는 것 아닌가! 화가 나서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날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전화가 한 통 왔다. 동아리 선배였다. 필름이 끊겼을 때 전화통화를 했는데, 내가 오늘 동아리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아리방에 찾아갔다. 그 당시 내가 제일 싫어하던 사람이 촌스러운 사람들이었다. 나는 내가 옷을 제대로 입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아리방에 있던 선배들은 온통 촌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달랐다. 그들에게서 지금까지 내 삶에서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살아있다'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다시 태어나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 비애


내가 자란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 가면 산복도로라는 것이 있다. 산에 도로가 나있고, 산꼭대기까지 집이 촘촘히 박혀 있다.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있는 감천문화마을 같은 곳이 여럿 있다.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 살다가, 고향을 방문하면 느끼게 되는 향수가 있다. 자기가 뛰어다니며 놀던 골목, 너무나 커 보였던 학교 운동장이 너무 작아 보이고, 신비하기만 했던 우리들만의 아지트가 너무 작고 초라한 동네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산복도로를 타고 내려오며 부산 시가지를 보게 된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저 불빛 사이사이 어딘가에는 나처럼 울고 있는 십대들이 있겠지”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두려워 떨며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통제 불능이란 소리를 듣던 나는 구제되었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하고 단념하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도 누군가 찾아가서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포기하지 마라고!


터닝 포인트는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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