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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작은제제씨 Jan 15. 2022

괌 이야기

도토리 승무원 일기




















처음으로 가 본 괌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방대한 입국 서류의 양도, 다양한 면세 규정도, 복잡한 검역 규정도 

나를 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

전날 밤엔 동기 단톡 방에 이 것 저 것 질문하며 먼저 다녀온 동기들로부터 꿀팁들을 전수받았더랬지.





비행 당일 ㅡ

브리핑이 시작되고 예상치 못한 질문들은 나를 얼어붙게 했다.


"ESTA 비자의 유효기간을 얼마나 되죠?"

"손님이 자기는 비자가 있다고 하고 나머지 가족은 없대요. 그럼 어떤 서류를 드리면 될까요?"

"손님이 아이들용 김치를 조금 싸왔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이야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그때는 정말 머릿속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았다.

왜 이런 것을 미리 공부 못했지? 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사무장님..! 사실 제가 괌은 처음입니다..."


부족했던 비행 준비에도 그랬었냐며 웃어주시던 사무장님께선 기내 판매에 쇼트만 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그리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알려주시며 언제든지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좀 바쁠 거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전에 출발하는 괌 노선은 걸어서 괌까지 가는 비행이라는 걸.

(걸어서 가는 비행 : 잠시 앉을 새도 없이 바쁘게 비행기 안을 걸어 다니며 일만 하다가 내리는 비행)


가족단위 손님이 많아 기내에서 판매되는 식음료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스페셜 밀도 다양하며,

유아 손님도 많아 사이드 오더도 많다는 점을,

괌에 도착할 때쯤 되어서 깨달았다.


정신없이 비행기 안을 돌아다니다 기내가 정리가 되어갈 즈음,

점프싯에 처음으로 앉아 한숨을 돌리자마자 곧바로 괌에 접근 중이라는 어프로칭 사인이 났다.

후다닥 객실을 체크한 후 점프싯에 착석했고, 결국 나는 한순간도 쉬지 못한 채로 괌까지 날아오게 되었다.



어떻게 일하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내려버린 내 첫 괌 비행ㅡ

내리자마자 따뜻한 날씨와 열대 섬의 풍경에 내 맘이 녹아버려서 방금 전까지의 정신없던 비행은 바로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 2019.10.10 (목)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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