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승무원 일기
많은 승무원들이 좋아하는 취항지 중 하나인 방콕.
따뜻한 날씨와 맛있는 현지음식도 한 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마사지일 것이다.
5-6시간이라는 긴 비행을 마치고
내 몸을 저 바닥 아래로 끌어내리는 이 피로 덩이를 떨쳐낼 수 있기 때문에 ㅡ
하지만 내가 방콕을 사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서울보다 유행과 신제품 소식이 빠른 도시니까.
많은 전시 스폿과 예쁜 가게들, 이국적인 카페들은
내 취향을 저격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맛있는 동남아 음식들까지..)
이미 가봤던 장소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방문하는 일도 잦았다.
밖에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는 나는 비행 전 늘 가고 싶은 장소 리스트를 정리해서
꼭 방문해보곤 했다.
"오늘은 여기 전시를 보고... 그리고 여기 카페를 갔다가 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런 나를 보며 선배님은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귀여운 후배 보는 듯 웃었다.
"저도 2년 차까지는 엄청 돌아다녔는데 그 뒤부턴 호텔에서 쉬게 되더라고요~
제제 씨도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그리고 n년차가 된 지금도 나는 밖을 나다니기 좋아하는 역마살 승무원이다.
구글맵 속 빼곡히 채워진 별표를 보고 뿌듯해하기를 반복하면서 ㅡ
2020.2.5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