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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Nov 02. 2023

#1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보기로 했다.

 세상에 태어나, 우리는 반드시 글보다는 말을 먼저 배운다. 엄마의 입 모양을 따라 말하고, 아빠의 소리를 따라 말하기 시작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차근차근 세상의 단어들을 배워갔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말보다 글이 더 편해졌을까.      


 뾰족한 말에 많이 다쳤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때와는 다르게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뱉은 말을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아닌 사람도 반드시 있었다. 둥그런 말 건네고도 나에게는 뾰족한 말이 돌아왔다. 모든 사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도 많았다. 나는 그렇게 점점 말수를 줄이고 그저 웃기만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나도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말보다는 글을 가까이 두고 산다. 하지만 글을 더 가까이 두고 산다는 건 사실 답답하고 미련한 일이다. 글에 내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없고, 담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즉각적인 답을 들을 수 없다. 심지어 돌아오지 않는 답장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에게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들이 꽁꽁 얼어붙은 입술에 갇혀서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연필을 들고, 마음을 써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마음도 있고, 고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사랑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담겨있다. 어두운 밤의 고독한 시간, 새벽의 먹먹한 시간, 아침의 사랑스러운 시간이 있다. 나는 그 모든 시간과 마음과 정성이 담긴 글을 사랑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는 글씨, 세월의 손때, 종이 위에 질서 있게 눌러 담은 마음. 그 모든 이유로 글을 사랑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하루의 흔적을 남기는 것에 불가하겠지만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보기로 했다. 내 시간과 정성이 누군가와 통한다면 그것만으로 성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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