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Nov 02. 2023

#2 P에게

P에게.      


 때로는 숨을 쉬고 있으면서도 마치 무덤에 갇힌 듯 답답함을 느껴. 우리는 왜 삶의 한가운데서 태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퉁이로 밀려나는 걸까. 너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너의 숨은 어떠니. 가쁘게 몰아치고 있지는 않을까,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그때 기억나? 예전에 네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막 뛰었던 때 말이야. 같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헐떡거리면서도 웃음이 나던 때. 지금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종종 슬퍼져.      


 나는 지금 매일 숨차게 뛰고 있는 것만 같아. 주변은 볼 새도 없이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데 사실 앞이 너무 캄캄해서 넘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야. 그럼 나는 캄캄한 세상 속에서 네 목소리를 떠올려. 내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 아침을 깨워주던 목소리를. 그런데 있잖아, 이제 네 목소리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꿈에서라도 내 이름을 불러줘.     


 우리가 같은 곳에 있지 않지만, 여전히 같은 달을 보고 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달을 보며 말했던 우리만의 농담도 기억할 것이라 믿을게. 시간이 점점 너를 앗아가겠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 너를 떠올릴게. 이제야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을 용서해 줘.      

매거진의 이전글 #1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