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장에 갔다. 혼자 살면 복잡한 시장보다는 가깝고, 편리한 편의점이나 마트를 이용하게 된다. 그것도 귀찮으면 핸드폰으로 주문하면 문 앞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내 발로 직접 시장에 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주말 아침에 책을 읽고 친구랑 간식거리를 사러 편의점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다 마침 장날이라서 시장 구경하게 되었다. 길 양쪽으로 펼쳐진 좌판들 위에는 제철 과일이며, 생선이 있었다. 사람 사는 소리가 가득한 곳을 친구랑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다 보니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여행처럼 느껴질 수 있다니. 새삼 기분이 들떴다. 우리는 시장에서 산 찐 옥수수와 핫도그, 찹쌀 도넛을 먹으며 그날의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마치 여행 무용담을 펼쳐놓듯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며.
엄마의 여행코스에는 꼭 시장이 있었다. 시장은 다 거기서 거긴데, 몇십 년 동안 장 보러 다닌 장소가 질리지도 않았을까. 하지만,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다. 각지에 흩어져있는 시장들은 다 같아 보이지만, 계절마다 다른 재료들이 있고, 지역마다 다른 상품이 있다. 그 다름을 찾는 것이 엄마에게는 여행이고, 즐거움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있고, 활기가 있으니 덩달아 생기가 생긴다. 더해서, 두 손 가득 들린 재료들이 집으로 돌아와 밥상에 오른다. 그럼 다시 한번 그 여행지를 떠올리고, 추억을 다시 상기시킨다. 엄마는 그런 방식으로 여태 여행하고 있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낯선 여행지를 한 번 더 곱씹으며.
시장에서 산 옥수수를 몇 날 며칠 먹으며 그날의 시장을 떠올린다. 소소한 일상에서 달콤한 찰나의 휴가 같았던 그날을. 엄마의 여행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