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Nov 30. 2023

#23 목요일의 선물


 밤 운전은 어렵고 힘든 일 중의 하나지만 어떤 때에는 황홀함을 느낄 때도 있다. 한적한 도로를 나 혼자만 달리며 왠지 모를 후련함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낄 때. 큼지막한 보름달이 나를 따라 움직이는 듯한 보호감을 느끼며 운전할 때, 그리고 아름다운 불빛들이 일렁이는 것을 마주할 때. 밤 운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며 내가 황홀함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어제는 밤 10시쯤 운전을 하면서 도로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말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휘황찬란한 불빛들과 일상의 흔한 불빛들이 섞여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런 야경은 왜인지 참 위로를 준다.    

  

 결국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겠지만, 결국 함께라는 것을 알리는 저 불빛들이 나를 위로한다. 멈춤의 빨간 불빛, 경계의 노란 불빛, 독려의 초록 불빛과 각종 구애와 구원의 불빛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듯이 반짝이고 있다. 문득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상상을 해본다. 아무도 살아가지 않는 땅에서 혼자 남겨져 있다면 저렇게 황홀하게 빛나는 불빛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상상. 그렇게 생각해 보면 역시 이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서 빛나는 게 아닐까.      


 오늘은 나의 첫 책 ‘목요일의 선물’이 나왔다. 혼자가 아니라 8명이 함께 모여 펼쳐낸 책. 사계절을 꼬박 글을 쓰고, 또 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눴다. 누군가 우리를 볼 때 밤에 빛나는 저 불빛들처럼 빛나고 있었을까. 사실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2주에 한 번씩 글을 쓴다는 것도, 8명의 이야기 읽고 마음을 다해 합평하는 것도, 책 출간을 위해 준비하는 그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렵고 힘들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완주할 수 있었고, 출간이라는 큰일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함께일 때 빛나는 순간을 오래 기억하려 한다.      


 

 보랏빛 책방에 둘러앉아 서로의 아픔을 같이 보듬어 주고, 치열하게 사는 일상에 공감해 주고, 때로는 같은 꿈을 꾸던 따뜻한 시간의 결과물인 목요일의 선물.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어딘가에서 반짝거리고 있던 우리의 글이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제 내가 야경을 보며 느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22 생각에도 전원 버튼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