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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Nov 28. 2023

#22 생각에도 전원 버튼이 필요해

 겨울이 되면 생기는 루틴이 있다. 바로 전원을 확인하는 습관. 우선 아침에 눈을 뜨면 전기장판을 끄고, 가습기를 끈다. 겨울을 나기 위한 온도와 습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지만 깜빡 잊고 전원을 계속 켜둔다면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거듭 확인을 해야 한다.      


 어젯밤에는 문득 스탠드 조명을 딸깍 끄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도 전원 버튼이 있어서 끄고 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의 전원을 꺼버리고 싶다고 또 ‘생각’을 하는 게 모순적이고 웃기기는 했지만,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았다. 우리는 하루 중에 얼마큼 생각을 하고, 그 안에는 얼마큼의 걱정과 불안과 불필요한 생각들이 섞여 있을까?      


 요즘에는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 또한 명상을 시도해 본 적이 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쉽지는 않았다.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 생각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자꾸 다른 생각들이 나의 명상에 침투했다. ‘이렇게 호흡을 하는 게 맞나?’ ‘아 맞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지,’ ‘그때 그 사람한테는 왜 그렇게 말했지...’ 같은 생각들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식으로 반복되는 서툰 명상이었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더 길게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뉴스에서도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뇌의 생각을 멈추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그러니 우리가 멍을 때리려고 해도, 의도적으로 생각을 비우려고 해도 잡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참고 기사)       


 그런데 또 바꿔 생각해 보면 생각이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릴스나 숏츠 등 숏폼이 굉장히 많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 영상들만 보고 있으면 시간이 쏜살같이 간다. 그런 종류의 영상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 순간이 즐겁긴 하겠지만 결국 허비하는 시간이 될 뿐이다. 그럴 시간에 조금 더 생산적인 생각을 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더 유익한 것 같다.    


 뭐든 과한 건 좋지 않다. 생각을 과하게 하는 것도, 걱정을 과하게 하는 것도, 숏폼에 과하게 중독되는 것도 말이다. 모든 걸 잘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명상이나 산책이나 자신만의 생각의 전원을 잠시라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도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며 나만의 생각 끄기 전원 버튼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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