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불쑥 떠오르는 순간
"위로달이네."
밤하늘에 뜬 초승달을 보고 ‘위로달’이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당신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초승달의 움푹 파인 모양이 누구든 편히 기대 쉬라는 것 같다고 ‘위로달’이라고 불렀었죠.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같이 위로 달을 보게 되는 날이면 말하지 않아도 어깨와 마음을 서로에게 기댔던 것 기억나요? 당신은 없지만 나는 여전히 힘들 때 초승달을 기다려요.
초승달을 위로 달이라 부를 때, 당신이 남기고 간 칫솔을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나란히 놓인 것을 볼 때, 당신이 주고 간 화분에 물을 줄 때, 함께 맥주를 마시던 편의점 앞 테이블을 볼 때. 나의 일상 곳곳에 묻어있는 당신의 흔적을 하나씩 지우고, 견디는 것이 이별 후 나에게 남겨진 가장 크고 마음 아픈 숙제라는 것을 당신은 알까요.
우리는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점점 닮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웃을 때 눈매도 닮았고, 동시에 웃음이 터졌을 때의 웃음 소리도 닮았고 생각하는 것도 정말 비슷했잖아요. 내가 떡볶이를 먹고 싶은 날에는 당신도 그랬고, 당신이 바다에 가고 싶은 날엔 나도 그랬어요. 우리 사이에는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요란스럽게 오버하던 내 모습을 당신이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당신은 이미 떠올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니까요.
사랑이 온통 스며들었다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짙어졌다는 의미였습니다. 짙어진다는 것은 흔적이 많이 남는다는 의미였습니다. 많이 사랑해서 많이 물들었고, 나의 일상 곳곳에 아주 깊이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사라지고도 여전히 당신이 남은 지금. 그 먹먹함이 흐르는 눈물로나마 차차 옅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