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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Jan 28. 2024

#45 시샘할 자격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너무 작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나쁜 버릇이 툭하고 튀어나온다. 그 사람들이 겪어온 시간과 노력은 뒤로하고 결과만 보며 내 상황과 비교하는 것. 단지 운이 좋지는 않았을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결과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밤일 지새웠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지 모르는 게 아니다. 그저 부러워서 시샘하는 것이다. 나도 빨리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 길이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지니까.      


 눈감고 질투만 하고 있으면 ‘그래서 너는 뭘 했는데, 너는 어떤 걸 더했는데’하고 나를 향해 돌이 던져진다. 그제야 나는 시샘하는 마음만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보이는 모습을 뒤로하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한다. 초조하고 불안했던 시간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걸음의 수를 헤아려 본다. 그리고 나의 발자국을 돌아보면 알게 된다. 나는 누군가를 시샘할 만큼 정성과 시간을 쏟지 않았다는 것을. 시샘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끄러움이 몰려오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진다.      


 눈을 뜨고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 길의 끝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방향만큼은 선명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언젠가 시샘받을 날을 몰래 상상해 본다. 그때 내 발자국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주춤했던 발걸음에 다시 생기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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