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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Feb 02. 2024

#46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작년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다짐이 있다. 바로 글을 매일 써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날, 호기로운 다짐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루도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나, 아침과 저녁의 마음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가 있나.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다짐에 쉽게 무너지고, 또 쉽게 포기하는 사람. 스스로를 경멸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갖은 핑계를 갖다 붙였다. ‘본업을 하면서 그렇게 매일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야, 매일 똑같은 일상인데 어떻게 매일 다른 글을 써, 나 말고도 이런 사람 많을 거야, 오늘은 너무 피곤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핑계로 나를 안심시키는 건 쉬웠다. 어쩌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단단해질 수가 없었다. 나를 무르게 만드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어쩌면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미 저 높이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만 하고, 막연하게 쫓으려고만 했다. 나만의 간절함이 없어서 수많은 다짐이 지켜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바로 세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강제성이 있으니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써보니 생각보다 일상에서 글감으로 쓸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1기를 무사히 수료했지만 2기에서는 많은 벽에 부딪혔다. 일상에서 찾을 수 있었던 글감도 서서히 동나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그런 마음으로 평생 글을 쓰겠다고?’ 나를 향한 질문과 질타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무던하게 글을 오래 쓸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었는데 참 어려웠다.      


 그래도 멈추지 않기 위해서 3기를 신청했다. 또 어떤 마음들이 휘몰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글을 딛고 언젠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굳건하고도 무던하게, 그리고 오래 쓸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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