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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05. 2022

에어컨에 에러코드가 떴다!

'CH 25'가 화면창에 뜬다면 코드를 뽑거나 차단기를 내리자

아침 8시 반. 웬만해선 울리지 않는 시간에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받을까 말까 하다 받았더니 오후에 방문하기로 한 엔지니어다.


며칠 전, 겨우내 사용하지 않았던 스탠드형 에어컨 표시창에 이상한 숫자와 알파벳이 번갈아가며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CH'와 '25'. 뭐지?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에러코드다. 1번부터 800번대까지 코드 종류가 무지 다양하다(https://mmc6u.tistory.com/250 참조). 살펴보니 코드번호 25는 엔지니어 출장 접수 필요 항목에 분류되어 있다. 고장 원인은 실외기 입력 전압의 고전압 또는 저전압에 의한 에러.  


실외기 문제라니 해결 방법이 없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코드번호를 듣더니 인터넷 검색으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는 엔지니어가 방문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언제 방문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 날짜가 바로 오늘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엔지니어는 일정 점검 차 전화를 걸었다며 에러코드가 25번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에어컨이 작동은 되느냐고 물었다. 작동은 되는데 전원을 꺼도 에러코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에어컨으로 흘러가야 할 전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할 경우 그런 번호가 뜬다며 전기코드를 뺐다 다시 꽂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 에러코드가 사라지기도 한다고. 시도 후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엔지니어의 말에 따라 전기코드를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코드가 꽂힌 콘센트를 책장이 가로막고 있다! 난감했다. 책장 앞에 우두커니 서서 책을 다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왜 그러냐 물었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무슨 그런 고민을 하느냐며 툭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걸 언제 치우고 있어. 차단기를 내리면 되지."


남편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배전반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남편은 부엌으로 가 식탁 위 벽면에 걸려 있던 그림을 치웠다. 그림 아래 숨어 있던 배전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뚜껑을 열었다. 누전 차단기를 비롯해 전등, 전열, 에어컨 차단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남편 맨 오른쪽에 위치한 에어컨 차단기를 아래로 내렸다. 에어컨 표시창에서 깜박이던 에러코드가 사라졌다. 잠시 후, 차단기를 다시 올렸다. 표시창을 바라봤다. 와우! 번호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작동 버튼을 눌렀다.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문하기로 했던 엔지니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했다. 엔지니어는 출장비(18,000원)와 수리비(?)가 드는 일인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절로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장을 나왔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예약을 취소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엔지니어의 사소한(?) 배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엔지니어의 이름을 저장했다. 다음에 방문 예약을 신청할 경우 콕! 집어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름만 아는 엔지니어 덕분에 하루를 기분좋게 열었다. 덕분에 LG에 대한 충성도도 한층 깊어졌다. 역시 사소한 배려는 사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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