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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11. 2022

다시, 봄

"생애 처음으로 봄을 타고 있어."


대학 새내기 시절을 캠퍼스의 낭만도 모른 채 보냈다며 슬퍼하던 막내가 새 학기를 맞아 대면 수업을 다니더니 고백처럼 중얼거렸다.


아마도 올해 봄은 그럴 듯하다. 생애 처음은 아니더라도 새삼스럽게 봄을 타는 이들이 주변에 많지 않을까 싶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지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몇 년 간은 찾아온 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봄을 누리기에는 세상의 시름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질병의 터널을 묵묵히 견디며 도래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2022년의 봄. 방송매체들도 그 봄을 타고 있는지 연일 상춘객들을 비추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생일도 조금 각별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생일상을 받아보고, 오랫동안 뭉치지 못하던 동생네 아이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동생네 둘째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새내기가 되었다. 덕분에 고민 없이 술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하이볼을 시작으로 소주와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섞어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낯설면서도 귀여웠다. 키가 허리춤에도 오지 않던 녀석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니... 동생도 나도 아이들의 모습에 마냥 흐뭇해져서 '건배'를 외치며 연거푸 (물)소주잔을 들이켰다. 어려서부터 늘 다섯이 뭉쳤던 조카들은 큰언니와 오빠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아마 첫째와 둘째까지 합세했더라면 술자리는 1차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창 시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적어오라는 숙제에 '언니'라고 써서 나를 놀라게 했던 동생은 지금은 내게 그런 사람이 되었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절망하는 법이 없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도 도끼를 뽑아 내던질 줄 아는 단단한 어른. 동생의 그 단단함이 이제 내게는 든든한 밑천이다.


올해는 봄꽃이 유난히 아름답다. 바람에 흩날려 떨어진 꽃잎마저도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 이렇듯 아름다운 날들이 저물기 전에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꽃들을 보아야겠다. 동생과 함께.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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