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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an 20. 2024

새해 첫 횡재

새해 첫날, 두 딸과 샛강다리를 건넜다. 남편도 나도 아들도 다녀온 그 다리를 두 딸은 가본 적이 없다는 말에 길을 나섰다. 


샛강다리는 1호선 신길역 곁에 자리한 다리다. 정식 명칭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문화다리'. 국제공공디자인대상 토목 부문에서 수상을 했을 만큼 다리의 곡선과 사장교가 아름다운 다리다[[SNS구정홍보단]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문화다..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참조].  


샛강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채롭다. 턱을 들어 시선을 올리면 탁 트인 하늘이 눈동자 가득 들어온다. 그러다 앞을 바라보면 여의도의 높은 빌딩숲이 다가온다. 그러다 다시 다리 난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수풀이 우거진 생태숲과 올림픽대로가 또 다른 풍경을 안겨준다. 생태숲에는 한강에서 갈라져 나온 샛강이 올림픽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끝없이 흐르고 있다. 오리들이 샛강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 곁으로 자동차들이 올림픽대로를 숨 가쁘게 질주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접하며 서울의 두 얼굴을 실감한다.  


샛강다리를 처음 건너는 딸들은 영등포 인근에 이런 다리가 있다는 사실에 꽤 놀라는 눈치였다. 의외로 세련된 다리의 모양새와 다채로운 주위의 풍광에 아이들은 보폭을 좁히며 걸음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 곁에서 나도 살금살금 걸음을 늦추다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조금씩 앞서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찰칵.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큰아이가 따라오지 않는 엄마의 기색을 눈치채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찰칵. 언니의 모습에 막내도 뒤를 돌아보았다. 찰칵. 두 딸은 자신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찰나의 순간, 아이들의 앞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웬만해선 찍기 어려운 아이들의 앞모습을 사진에 담는 데 성공했다. 새해 첫날부터 횡재했다. 


https://naver.me/5texf8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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