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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Mar 16. 2024

카이피라를 아시나요?

유난히 햇살이 반짝거리는 날.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집 안으로 가득 들인다. 햇살을 따라 따듯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깥공기가 밤새 데워진 텁텁한 집 안 공기를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창 밖으로 내몬다. 드디어 봄이 왔구나, 실감하는 날들이다.


올해 봄, 불쑥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카이피라'. 동네 마트에서나 대형 마트에서나 양상추 상태가 영 신선하지 않아 대체품으로 선택한 채소의 이름이다. 요즘 이 녀석과의 인연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온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샐러드를 만들 때면 양상추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요즘은 양상추 상태가 영 시원찮다. 가격도 비싸고 신선함도 맛도 예전만 못하다. 어느 날, 마트에서 대체품이 없을까 고민하다 '카이피라'라는 이름의 독특한 채소를 발견했다. 겉모습은 상추를 닮았는데 연한 초록빛이 꼭 양상추를 연상케 했다. 양상추로 향하던 손길을 멈추고 카이피라를 집었다. 양상추보다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겉잎을 걷어내야 그나마 싱싱한 양상추를 얻을 수 있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선택해 장바구니에 담아 온 카이피라.


사용해 보니 여러 면에서 양상추보다 훨씬 좋았다. 상추를 닮아 뜯어 세척하기가 양상추보다 더 편했고 식감도 양상추보다 살짝 덜 아삭해 오히려 씹는 맛이 있었다. 특히 샌드위치를 만들 때 좋았는데 잎이 넓고 편편해 양상추보다 활용하기가 더 편했다. 돼지고기 간 것을 간장 양념에 재워 달달 볶아 양상추와 함께 먹는 요리에도 이제는 양상추 대신 카이피라를 찢어 내어 놓는다. 샐러드도 마찬가지. 상추 대용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상추보다 야들한 맛이 떨어져 어떨까 싶었는데 삼겹살을 구워 쌈으로 먹으니 물이 많고 아삭거려 또 다른 별미였다,      


이처럼 활용도가 높기도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영양도 풍부하다. 카이피라에는 비타민 C, 비타민 A, 칼륨, 철분, 칼슘, 마그네슘, 리보플래빈(비타민 B2), 나이아신(비타민 B3), 비타민 B6, 이외에도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다고 한다. 항산화 물질은 자유 라티칼을 중화시키고 셀 손상을 예방하며 염증을 줄이고, 암과 심장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식물도감] 카이피라 (tistory.com) 참조].


요즘 우리 집 아침은 카이피라 샐러드가 책임지고 있다. 공복으로 다니던 큰아이도 카이피라 샐러드 한 그릇을 내밀면 마다하지 않고 뚝딱 그릇을 비운다. 나머지 식구들도 마찬가지. 밥, 국, 반찬 대신 카이피라 샐러드에 각자의 기호대로 선식을 먹거나 빵을 먹거나 바나나를 먹고 집을 나선다. 같은 메뉴를 내밀어서 퇴짜 맞지 않기는 30년 주부 생활에서 처음인 듯하다. 덕분에 얼렁뚱땅 아침을 차려주고 영양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불편하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봄, 양상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인 이들에게 독특한 이름의 채소 '카이피라'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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