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지윤서 Apr 04. 2024

브런치라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막내까지 '미'라는 접두어를 뗀 성인이 되고 보니 성인 둘로 시작되었던 집이 언제 이렇게 제각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인 다섯으로 채워졌나 싶어 참 신기했다. 그 신기함을 글로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 작가 신청. 시도가 늘 그렇듯 느닷없는 신청이어서 승인이 될까 싶었는데 덜컥 승인 알림이 날아들었다.


기쁘면서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계획이나 목표가 선명하지 않아서였다. 우선 일주일에 한 편 글을 쓰자는 마음만 먹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심사에 넣었던 글을 첫 글로 발행했다. 그 뒤 네 편의 글을 새로 써서 발행했다. 하지만 검토해서 넘겨야 하는 표준서가 매주 넘어오는 시기가 되자 일주일마다 한 편의 글을 쓰려던 계획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로부터 독촉 문자를 받았다. 브런치로부터 첫 독촉 문자를 받고는 조금 당황했다. 브런치에 원고 독촉 기능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독촉'이라는 말보다 '독려'라는 말이 더 어울릴 테지만 알림을 받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독촉처럼 느껴졌다. 완성된 한 편의 산문을 쓰겠다 마음먹었던 탓에 그런 느낌은 더했다. 무얼 써야 하나. 다가온 것에 대해 쓰겠다고 작가소개에 밝힌 만큼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면 될 터인데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사유가 담긴 이야깃거리를 건져내기는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다른 작가들은 어떤 글을 올리고 있나 궁금해 브런치 서핑에 나섰다. 작가들은 자신이 살아온 여정, 육아 체험기, 직장 퇴사기, 직장 생존기, 일상에서의 좌충우돌, 새로운 모험, 독특한 취향, 자신만의 깨달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리고 있었다. 인간의 지문이 인간의 고유성을 증명하듯 수많은 글이 저마다 다른 무늬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놀라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놀라움의 산물로 '지하철로 미술관 투어'가 탄생했다.      


브런치에 입문한 지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92편의 글을 발행했다. '92'라는 숫자는 처음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글쓰기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므로 앞으로는 좀 더 각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0여 편의 글을 발행하는 동안 조회수 폭등을 여섯 번 경험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많은 그 글들이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회수 2만 회가 넘어가는 글에도 '좋아요'가 50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듬어진 문장, 개성 있는 사유, 마음을 건드리는 글이 아니고는 '좋아요'를 누르지 않듯 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에 '만'이라는 숫자와 비견한 '50'이라는 숫자는 아픈 구석이다. 하지만 그런 아픈 구석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브런치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사유의 물고기를 잡도록 브런치가 낚싯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인다. 브런치에서의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에 쓰는 글이 어떻게 완성될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지막에 어떤 문장이 자리할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 생각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문장에 조급증을 내지 않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다 보면 나름 봐줄 만한 글이 완성되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